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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진상썰

깨비깨비먹깨비 2021. 3. 24. 09:33

3000원. 무릎위로 오는 치마를 못 입겠어서 싸게 올렸습니다. 브랜드 치마이고 봄, 가을철에 입을 수 있는 거라 거져라고 생각했지요. 여러번 '끌올'을 한 끝에 게시글을 보고 톡이 왔습니다. 오후 6시 즈음으로 시간을 정하고 거래하기로 했습니다. 

 

당근 거래를 하게되면 구매자가 어떤 물건을 파는지, 나잇대는 어떻게 되는지 확인합니다. 구매자를 클릭해보니 생각보다 나잇대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치마를 입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냥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요즘엔 코로나19 때문에 3천원이나 5천원 처럼 저렴한 물건을 팔 때에는 아파트 현관의 1층 우체통을 활용합니다. 비대면으로 거래를 하고싶기도 하고 저렴한 물건을 파는 것 때문에 집에 가야하고 기다렸다가 내려가야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리 구매자에게 아파트 동, 호수를 알려주었습니다.

 

'띵동'

6시가 되기엔 한참 이른 시간인데 벨이 울렸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당근마켓 거래를 하러 온 분이었지요. 1층 우체통에 치마를 넣어놓지 않아서 헐레벌떡 밥을 먹다가 내려갔습니다. 나잇대가 지긋하신 여자 어르신이었습니다. 

 

"어머, 좀 짧아서 안 될 것 같네요"

비닐 포장을 뜯고는 무릎에 치마를 대어보더니 안 될 것 같다고 합니다. 거래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지요. 30건이 넘게 수많은 거래를 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오셔서 보고 안 산다고 하면 안돼요"라는 말을 덧붙이는 사람들이 왜 그런말을 했는지 이제 이해가 갔습니다. 

 

'한 번 보고 구매를 결정해도 돼요?'라고 미리 물었다면 거래 자체를 안했을 겁니다. 3천 원짜리 옷을 거래하기 위해 내 시간을 맞추고 약속 시간 또한 지키지 않은 사람 때문에 급하게 1층으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도 짜증났습니다. 3만원 짜리 옷이었다면 말도 안했겠지요. 

 

"아니 이렇게 보기만하고 가시면 어떻게 해요?", "다른 분한테는 절.대. 이렇게 하지 마세요."

순간 화가 난 나머지 한마디 했습니다. 그리고나선 집으로 올라가서 톡으로 다시 몇마디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비매녀 평가를 꾹- 누르고 신고까지 했습니다. 신고 사유에는 분노의 마음을 정성껏?담아 글을 썼습니다.

 

당근마켓 판매자건 구매자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에도 다양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요. 어제 일이었지만 오늘도 되세겨보니 다시 화가 솟구칩니다.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당근 톡이 빨리 주고받아지지 않는 사람은 확실히 판매 혹은 구매 여부가 확실한지 의심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