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민원전화, 모두를 만족하기엔 힘든가보다

깨비깨비먹깨비 2021. 3. 5. 21:11

1.

'띠리링 띠리링-' 외부에서 오는 전화벨이 울립니다. 학교 내에서 오는 전화와 외부에서 오는 전화벨소리가 다릅니다. 학교 대표 번호는 주로 교무 실무사 선생님의 전화번호로 연결됩니다. 학기 초에는 특히나 민원 전화가 많습니다. '아이가 언제 끝나나요?', '오늘 급식 하나요?' 부터 해서 '이 학교의 배정 중학교는 어디인가요?', '방과후 00부의 위치가 어디있나요?'까지 학교 생활 모든 것에 관한 문의를 받습니다.

 

단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전화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학교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푸념과 불만을 쏟아내는 학부모님들에겐 그저 불만을 들어드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E안내장이 왜 이렇게 안오냐', 'E안내장이 너무 많이 온다.' 등등 같은 사실에 대해서도 어떤 분은 안내장이 너무 적다, 어떤 분은 중복된 내용이 너무 많으니 좀 줄어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2.

하루는 실무사 선생님께서 자리를 비우시어 제가 대신 민원 전화를 받게 됐습니다.

A: 왜 5,6학년만 원격을 해야합니까?
나: 동시간대 밀집도 2/3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방침입니다.
A: 아니 그러면 선생님이 좀 교육청에 건의를 해야지, 얘들이 아침부터 핸드폰만 보고 있다구요!!
나: 아, 네, 그러시죠ㅠ
A: 아니면 EBS가 유료니까 그걸 무료로 볼 수 있게 해야한다구요. 교육청에 건의좀 하시라구요.
나: 아, 네. 알겠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같은 내용을 10분 동안 반복하신 후 화만 내시다가 끊습니다. 그나마 저희 학교에서는 최대한 학생들이 원격 수업을 하지 않기 위해 5, 6학년만 2차시를 원격으로 넣고 등교를 하게 했습니다. 1~4학년은 시차를 두고 전원 등교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5, 6학년 마저도 원격으로 하는 것이 불만이니 이 내용을 교육청에 건의하라고 하는 겁니다. 방역 수칙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것인데 어머니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학교에 불만을 표시합니다.  

 

수십년간 학교에서 근무하신 베테랑 교무 실무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습니다. '전교생 모든 학부모님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라구요. 무릎을 탁 쳤습니다. 학교에서는 안내장 하나 나갈 때에도 몇번을 검토하며 잘 못된 내용은 없는지, 학부모님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지를 몇 번의 회의를 걸쳐 생각하고 검토합니다. 학교에서는, 특히 교무실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하겠지만 수백명의 모든 학부모님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한가 봅니다. 

 

3. 

나: 그 학부모님 되게 상냥하고 좋으셨는데요??
실무사님: 아니요, 그 분 교무실에 한 번씩 전화해서 불평불만하시는 분이에요.
나: 정말요? 믿어지지가 않게요.
실무사님: 그런분들 많아요. 두 얼굴인 분들.

두 얼굴인 학부모님도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는 세상 친절하게 말하고는 교무실에는 온갖 불만을 쏟아내는 학부모님. 담임 선생님은 자녀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불만을 표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불편 사항이 있으면 담임 교사에게 정중하게 말씀하셔도 좋은데 말이죠. 학기 초, 특히 학년 초에 쏟아지는 민원전화에 시달리는 실무사님들을 보고있자면 그저 안쓰럽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