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혁신학교에서 업무지원팀으로 일한다는 건

깨비깨비먹깨비 2021. 3. 13. 09:08

1. 담임들은 그만큼의 수고를 절.대. 모른다는 것

비가 왔다. "선생님들 나오세요~" 간만에 아침에 일찍와서 커피를 내리고 블로그에 글이나 써야겠다, 라고 생각했던 찰나. 교감 선생님의 콜이다. 비오는 날이라 학생들이 건물로 들어올 때 우산 터는 법을 지도해달라는 것이었다. 아침은 하루 중 가장 정신이 맑은 시간으로 블로그에 이것저것 끄적이기에 아주 좋은 시간인데. 그 좋은 시간을 날릴 판이었다. 

 

봄이 오고 있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여전히 춥다. 비오는 날은 더해서 따뜻한 겨울 옷을 입고올 껄, 괜히 멋부렸네 라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한다.

 

아침 시간이기도 하고 비가 오기도 해서 바깥은 추웠다. 하지만 교감 선생님의 콜에 어쩔 수 없이?! 중앙 현관 쪽으로 나갔다. 일찍 온 교무 선생님과 함께 나갔다. 이럴 땐 참 일찍온 게 무슨 죄구나 싶다. 30분을 쉴 새 없이 우산을 터는 법을 알려줬다. 아직 잠이 덜 깬 학생들, 씩씩하게 등교하는 학생들 등등 수백명의 학생들에게 "우산을 이렇게 이렇게 터세요."를 수백번은 반복한 것 같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담임들은 교실에서 학생들을 맞이하느라 바쁠거나. 그리고 이런 지원팀의 상황을 알리가 전.혀. 없다. 나또한 작년 담임일 때 그랬다. 학교 건물이 워낙 크기도 할 뿐더러 교실에서도 가장 바쁜 시간은 학생들이 등교하는 아침시간이기 때문이다. 

 

알아달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담임 교사들이 '업무지원팀은 담임이 아니니 학생들도 없고 아침엔 한가하겠지'라는 생각만 안했음 좋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작년에 그런 질투 아닌 질투?를 하곤 했는데 지원팀을 해보니 알겠다. 마치 집안일은 해도해도 티가 안나는 것처럼 지원팀 일은 해도해도 티가 잘 안난다. 

 

각종 회의가 교실과는 동떨어진 교무실과 교장실에서 일어나며 버려진 실내화 치우기, 사물함에 있는 학생들 반번호 이름표 바꾸기, 입학생 등록하기 등등등 대부분의 허드렛일은 담임들의 수업시간이나 담임 교사가 출근하지 않는 방학 때 일어나기 때문이다. 

 

2. 무지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교무실에서 일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담임을 할 때는 몰랐다. 업무지원팀이 주로 맡은 업무 외에 어떤 일을 하는지. 즉 무지했기 때문에 업무지원팀에 대한 오해아닌 오해를 했던 것 같다. 

 

학교의 모든 일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에게 나눠질 수 없다. 업무 담당자가 불분명한 공문이나 일은 모두 업무지원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교실이나 학년 연구실에 필요한 물품을 조사하는 것도 주인을 잃은 핸드폰의 주인을 찾아주는 것도 각종 행사나 회의를 뒷처리하는 것도 모두 업무지원팀의 일이다. 하다못해 때로는 신발장 정리를 해야할 때도 있으며 수백개의 물건이 어지러진 자료실을 정리하는 것도 모두 업무지원팀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