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교무실, 여기서 흘러가는 나의 하루

깨비깨비먹깨비 2021. 3. 12. 10:18

1.

정신 없는 아침 시간 - 수업 시간- 그나마 교담이 있는 시간은 잠깐 한 숨 돌리는 시간 - 급식 - 종례 - 혼자만의 시간으로 다음날 수업 준비 또는 회의, 적막한 교실에서 혼자 있기

 

담임으로 일할 때 학교에서 나의 루틴이다. 하루 종일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있어야하는 교무실에서 일하다 보니 종례 후 적막한 교실에서 나 혼자 있었던 시간이 너무나도 그립다. 

교실의 2/3 정도 되는 교무실은 7명이 함께 사용 중이다. 교감 선생님 1명, 실무사 선생님 2명 그리고 나를 포함한 업무지원팀 교사 4명. 7명 외에도 교무실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다. 물건을 찾으러 온 학생, 선생님 심부름 온 학생, 복사나 코팅을 하러온 선생님들, 교감 선생님을 뵈러 온 선생님들, 각종 물건을 배달하러 오는 택배하시는 분들, 장학사님 그리고 학부모님들까지. 

 

그야말로 교무실은 하루종일 '북적북적'하다. 처음엔 이런 분위기가 좋았다. 작은 사안이라도 함께 이야기 하며 복작복작하게 흘러가는 하루. 그런데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보니 몸이 하루종일 긴장하고 있는 느낌이라 피로도가 점점 높아짐을 느꼈다. 항상 누군가 오는 곳이니 쉴새 없이 인사해야하고 갑자기 잡히는 회의도 많다. 다음날 수업 준비가 뒷전일 때도 많다. 

 

가장 결정적으로 조용-히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영어 지도서를 미리 볼 수 없다. 

 

자구책으로 교무실이 1층 끝에 있다보니 밖으로 나가기 수월해서 햇볕을 쬐러 혼자 나가곤 한다. 교실이 2층에만 있어도 아랫층으로 내려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니 온종일 건물 안에서만 있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교무실은 1층이라 그나마 바깥으로 쉽게 나가기에 좋다. 요즘처럼 봄이 오면서 햇볕이 너무너무 따뜻한 날에는 10분이라도 밖에 나가 비타민D를 합성하려고 한다. 기분도 좋아지고 하루종일 몸에 감돌던 긴장감도 이완시켜주는 느낌으로.

 

 

2.  

이 작은 책상 한 칸이 하루 종일 내가 앉아있으면서 영어 수업 준비도 하고 각종 공문 처리도 하는 나만의 공간이다. 슬픈 건 옆자리 선생님과 파티션이 없어서 사생활 보호가 조금 안된다는 느낌을 받는 것.

 

교무실에 처음 내려왔던 선생님도 처음엔 그부분이 익숙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금방 적응이 되셨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괜찮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비록 한 칸이지만 파티션이 갖는 힘은 크다. 물리적으로는 그저 한 칸에 불과하나 정신적으로는 그나마 긴장감과 피로도를 조금이라도 줄여준다. 

 

처음 교무실에서 근무해서 그런지, 내가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이 그런지 아직은 교무실이 전.혀. 편하지 않다. 불편하기 보다는 편하지 않다.(?!) 

 

담임을 할 때에는 교무실에 가끔 오면 북적북적한 그 분위기가 좋아보이곤 했는데 역시 사람이란 뭐든 직접 겪어봐야 아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