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교무실에서 일해보니

깨비깨비먹깨비 2021. 4. 7. 09:09

10년차 교사로서 이제까지는 쭉- 담임 업무만 해왔다. 올해 처음으로 교무실에 내려와서 처음으로 일하게 되었다. 한 달 이상을 교무실에서 생활해보니 몇가지 장단점이 있다. 

 

 

1. 담임이 아니라서 생활지도할 필요가 없는 것

확실히 담임을 하면서 학생 생활지도를 한다는 건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부분이다. 학생들이 싸우거나 다치거나 왕따 사건, 학교폭력 사안이 일어나면 기존 업무 플러스 알파가 생기기 때문이다.

 

학부모님들을 상대해야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 점도 수월하다. 몇년 전 교육청에서까지 유명한 악성 민원인 학부모님이 계셨다. 우리반이셨는데 역시나 민원을 제기하셨다. 너무 고달팠던 기억이라 되새기고 싶지도 않다. 

 

2. 한 과목을 가르치기 때문에 수업 준비가 수월한 것

나는 올해 6학년들을 대상으로 영어만 가르친다. 4개 반 학생들에게 3시간 씩 주 당 총 12시간을 수업한다. 하나의 수업을 준비하면 4개의 반에서 가르칠 수 있다. 담임이었다면 수학, 국어, 사회, 도덕, 미술 등등 다음날 수업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다. 한 과목만 가르치면 그런 부담을 덜 수 있다. 

 

3. 싱크대와 냉장고가 있는 것

교무실에는 언제든 손을 씻고 그릇과 찻잔을 씻을 수 있는 싱크대가 있다. 냉장고도 있어서 음식을 보관하기에 더없이 편리하다. 종종 어떤 학교에 가면 교실 내에도 세면대가 있긴한데 그렇지 않은 학교가 더 많다. 

 

4. 나만의 공간이 없는 것

담임을 해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나면 교실에 나혼자 남게 된다. 물론 수업 후에 각종 회의와 부진아 지도등을 해야할 때가 있긴하다. 혼자 남아 조용한 교실에서 다음날 수업 자료를 찾고 준비하는 시간이 있다. 그 당시엔 그게 소중한 줄 몰랐는데 8시간 내내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일해야하는 교무실에 있다보니 그 시간이 참 그립다. 

 

물론 교무실에서 다른 선생님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고 주워듣는 지식?도 많다. 하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고 그럴려면 당연히 조용한 나의 공간이 있어야하는데 교무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 대신 대안을 생각해 낸 것이 교무실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교무실은 보통 학교 건물의 1층에 있다. 그래서 학교 건물 밖으로 나가기 수월하다. 2, 3, 4층에 있는 교실에 있다보면 생각보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아 주로 교실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게 된다. 햇볕이 너무 좋은 봄날에도 실내에서만 있다보니 그 햇볕을 누릴 시간이 없다. 

 

우리 학교 교무실은 건물의 1층 끝에 있어 바깥으로 나가는 문과 바로 통하게 되어 그 점이 참 좋다. 

 

 

5. 조용하게 쉬고 싶은 것

하루종일 복작복작한 교무실에 있다보니 집에서는 무조건 조용하게 쉬고싶다. 게다가 교무실에선 내가 막내라서 무슨 일이든 함께하고 참여해야하는, 내 스스로가 만들어낸 압박이랄까? 그런게 있어서 몸이 하루종일 긴장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퇴근 후에는 무조건 조용한 내 공간에서 침대와 한 몸이 되어 푸욱 쉬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