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교장실로 학생들을 불러서,,

깨비깨비먹깨비 2021. 6. 4. 09:15

6학년 영어를 맡고 있습니다. 영어는 수학만큼이나 수준 차이가 큰 과목이지요. 영어 선행학습을 많이 해서 학교 내용이 너무 쉽고 재미없는 한 반의 1/4은 될 것입니다. 그 반대로 아직 6학년인데도 영어 단어 읽는 것조차 서툰 학생도 많습니다. 한 반의 1/4 정도의 학생들이 그 정도의 수준입니다. 지금 6학년인데 이 정도 실력이면 중학교 가서는 두 말할 것 없이 성적이 하위권을 깔 것입니다. 겨울 방학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이상 말이지요.

 

6학년 영어를 하면서 처음에는 고민했습니다. 영어 부진 학생들을 어느 정도로 남겨서 보충 지도를 해야할지요. 작년에 6학년을 지도했다는 영어 선생님께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초등학교 영어 교육과정의 목표가 학생들에게 영어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키워주는 것이니 저는 특별히 학생들을 남겨서 지도하지 않았어요.'

 

선생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어부진인 학생들은 이미 영어 학습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잃은지 오래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학생들과 충분히 라포가 형성된 후였습니다. 3월 한 달 동안 영어 공부를 해야하는 당위성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부진학생들을 남겨서 지도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영어 뿐만 아니라 언어 공부는 암기와 뗄려야 뗄수가 없습니다. 영어 단어를 암기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필수나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도 단어 시험을 보고 꽤 많이 틀린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을 교장실로 불렀습니다. 최근 교장 선생님께서 연수를 받으시느라 오후에는 항상 교장실이 비어있습니다. 교무실은 여러 선생님들께서 근무하시는 데다 6학년 4개 반의 부진 학생들을 합치면 10명을 웃돌기 때문에 교무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영어 교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제가 쓸 수 있는 교실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교장실이 비어있을 때 회의실로 교장실을 써도 된다며 흔쾌히 교장실을 내어 주셨습니다. 학생들을 데리고 교장실로 간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우연히 교장실로 들렀는데 학생들에게 간식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저도 격려해 주셨구요. 

 

교장실은 항상 가기 어려운 곳, 꺼려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우리 학교 교장실과 교무실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학생들은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엽서를 받으러 교무실로 옵니다. 교장실과 교무실을 학생과 교사가 스스럼 없이 찾을 수 있는 학교, 참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