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 필요가 있나? 회의감이 들었다. 개인적인 일로 굉장히 지쳤을 때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도, 스트레칭 하는 것도 모두 귀찮았다. 친한 친구에게서 온 전화를 받는 것도 싫었다. 내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여서 타인의 힘든 점을 듣고 위로해 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내 마음이 물통이라면 물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물이 넘칠 것만 같았다.
5시 50분, 6시 10분. 6시 기상을 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두 번 알람을 맞춰두었다. 한 번만 알람을 맞춰두어도 워낙 잠귀가 밝기에 기상을 하는데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항상 알람을 더 맞춰두던 나였다. 알람을 모두 껐다. 알람 목록을 시원하게 삭제해버렸다.
대신 이거 하나는 지켰다. 일찍 잠들기. 워낙 일찍 자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습관이 되버려서 10시가 넘으면 자연스럽게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특별한 신체활동도 하지 않았고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넷플릭스만 주구장창 정주행 했는데도, 낮잠을 두 시간 정도 푹 잤는데도 잠은 왔다.
일찍 잠드니 눈은 자연스럽게 떠졌다. 7시를 넘는 적이 없었다. 감기에 걸렸거나 마법에 걸린 날 혹은 그 전엔 외에는 예외없이 눈이 일찍 떠졌다.
6시 기상을 지켰을 때는 일어나서 영양제를 먹고 빈속에 간단한 운동을 하고 책을 읽거나 공부 등을 했다. 아무래도 하루 중 가장 머리가 맑은 시간이니 이 시간에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게 귀찮아진 요즘, 일찍 눈이 떠지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 전에는 새벽시간에 지양했던 넷플릭스를 보거나 유투브를 보며 띵가띵가 시간을 보낸다. 배가 고프면 일찍 아침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지칠 때가 있다. 연애를 해도 권태기가 찾아오고 내 입맛에 너무 찰떡인 음식도 매일 먹다보면 지겨워질 때가 있다. 아침 기상도 그렇다. 다만 기본적인 틀은 지키면서도(전날 일찍 잠들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면서 6시 기상은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건 소소한 일탈이 필요한 때가 있다. 나에겐 그때가 지금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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