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금요일
오늘부터 격리를 하면서 재택근무를 하게됐다. 교무실에서는 유일하게 동료 선생님 한 분과 교감 선생님, 실무사님 한 분이 격리를 피해갔다. 나머지는 모두 격리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우리 학교에 재학중인 형제나 반 친구가 확진이나 자가격리 되어 자가격리, 자율격리를 해야하는 학생을 숫자로 치면 전교의 절반 가까이 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그야말로 학교가 초토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늘은 집에서 하루종일 통으로 격리하는 첫번째 날이었다. 나는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데 다행히 화장실이 2개 있어 함께 썼던 화장실에서 내 개인 물품을 모두 뺐다. 집안에서 돌아다녀야 할때는 마스크를 끼고 움직이고 있다. 배달음식은 거의 시켜먹지 않는 나에게 이제는 배달만이 유일한 나의 구세주가 되어줄 판이다.
어쨌든 재택근무를 해야하므로 원격으로 학교내 시스템을 켰다. 학교내 교직원만 사용할 수 있는 메신저 프로그램도 다운받았다. 메신저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야하는데 처음 해보는 것이라 함께 격리하게 된 선생님께 이것저것 물어가며 어찌저찌 다운을 받았다. 교무실에서는 격리 대상이 아닌 선생님들이 나머지 일을 열심히 하고 계셨다. 학부모님 대상으로 나가야하는 문구는 카톡 방에서 공유하며 재택 근무인 나도 수정에 동참했다.
하필 1월 5일 수요일에 학교 내에서는 나름대로 큰 행사인 신입생 면접이 잡혀있었다. 우리 지역 모두 같은날 같은 시간에 내년에 1학년이 될 신입생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서류를 받고 면접을 해야하는 날이다. 퇴근 후에 보통 밤 8시까지 면접이 진행된다. 그런데 이 면접을 진행하기로 한 대부분의 교사가 격리에 들어간 상황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학교에서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상황이다. 학교에 출근하게 된 선생님들은 코로나19를 감안해 간소하게 면접을 진행해야하는지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격리를 해야하는 답답함과 동시에 함께 일을 하지 못한다는 미안함이 동시에 들었다. 격리를 하느니 바쁘더라도 학교에 출근하는 것이 나로서는 100배 낫겠지만 말이다.
업무 창과 함께 학교 메신저를 켜놓았지만 학부모님 대상으로 나갈 문구 몇개를 수정한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역시나 무기력함이 몰려옴과 동시에 무료함, 심심함, 혹시나 격리 중에 증상이 나타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여전히 존재했다.
방에서 할 수 있는건 별게 없었다. 기존에 재밌게 보고 있던 유투브 채널을 주구장창 봤다. 코로나19 시국이라 해외여행을 갈 수 없으니 일본 도쿄나 미국 뉴욕, 두바이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인의 브이로그를 즐겨보고 있다. 침대에서 몸을 이리 뉘였다 저리 뉘였다 하며 영상을 내리 보았다. 영상 보는 것도 한두번이지 영상을 볼 때는 영상에 빠져서 재밌게 보다가도 시간이 지날 수록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과 무료함이 있었다.
계속 누워만 있으니 소화가 안되며 속이 더부룩한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무료함에 속까지 좋지 않으니 기분이 더 가라앉았다. 그냥 계속 무기력하고 우울했다.
더구나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티비와 SNS에서는 올해의 마지막 날을 연신 축하하며 다가오는 내년을 기대하는 인사들이 쏟아졌다.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다 의미 없어져버렸다.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내일이 내년의 첫 날이라고 해도 나는 집에만 갖혀있어야하는 신세이기 때문이다. 내일은 그저 또다시 격리를 하며 하루 종일 집에 박혀있어야하는 지루한 날일 뿐이었다.